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야구선수들의 루틴은 미신일까 과학일까, 심리학적 배경과 실제 사례

by nomage 2025. 10. 16.

 

야구는 단순한 기술이나 체력 싸움이 아니라 커다란 심리전이자 '루틴의 스포츠'라고 불립니다. 한국의 프로야구에서도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배트를 돌리거나 글러브를 고치는 손동작, 투수의 일정한 숨 고르기와 같은 '루틴'이 경기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이 단순히 미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선수의 집중력 향상과 심리 안정화를 위한 체계적 훈련의 결과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KBO 선수들의 루틴이 단순한 징크스가 아닌 '과학적 심리 기술'임을 알아봅니다.

루틴의 기원과 심리학적 배경

야구선수들이 경기 전이나 타석, 투구 순간마다 반복하는 행동은 단순한 습관만이 아닙니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루틴(routine)을 ‘예측 가능한 자기 조절 행동 체계’로 정의합니다. 즉,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를 확보해 가진 불안을 줄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한 투수가 매 투구 전 오른발로 피칭 플레이트를 두 번 두드리는 이유는 단순한 징크스가 아니라 심리적 리셋(Reset)입니다. 이 행위를 통해 자신이 매 순간 동일한 루틴 속에 있음을 인식하고, 투구 전 감정적 동요를 억제합니다.

KBO에서도 대표적으로 류현진, 양현종, 이정후 같은 선수들이 자신의 루틴을 철저히 관리합니다.
류현진은 MLB 시절부터 경기 전 식사 시간, 몸풀기 루틴, 워밍업 구간을 분 단위로 일정하게 유지했고, 양현종은 투구 전 손가락 스트레칭 순서를 절대 바꾸지 않습니다. 이러한 루틴은 실제 경기 집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루틴을 가진 선수들은 ‘주의 전환 속도’와 ‘감정 회복력’이 빠르며, 경기 중 위기 상황에서도 불안감이 20% 이상 낮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결국 루틴은 ‘과학적 미신’이라 부를 만큼 심리적 효율을 극대화한 기술이며, 훈련 과정의 일부로 정착된 셈입니다.

루틴의 실제 사례 - KBO 스타들의 일상 속 집중력 장치

2024 KBO 리그에서 루틴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 중 하나는 SSG 랜더스의 최정입니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반드시 왼손으로 유니폼 상단을 정리하고, 배트를 살짝 돌리며 깊은 호흡을 합니다. 이 동작은 20년 가까이 이어진 그의 ‘집중 트리거’입니다. 최정은 인터뷰에서 “루틴을 지키면 타석에서 생각이 단순해진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스윙 메커니즘보다 ‘준비된 몸과 마음’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LG 트윈스의 고우석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오른손 장갑을 세 번 돌리고, 모자를 한번 만진 뒤 심호흡을 합니다.

이는 불안한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루틴 기반 자율신경 조절법으로, 실제로 스포츠과학 연구에서도 ‘호흡 루틴’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루틴들이 시간이 지나며 ‘개인 브랜드화’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키움 히어로즈 시절 이정후의 타석 입장 루틴은 팬들에게 ‘집중의 상징’으로 인식됐고, 어린 선수들이 모방하는 사례까지 생겼습니다. 이처럼 루틴은 단순한 개인 습관을 넘어, 선수의 정체성과 경기력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루틴은 미신이 아닌 과학이다 - 집중력과 뇌의 메커니즘

그렇다면 왜 루틴은 실제로 효과를 내는 걸까요?
핵심은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편도체(Amygdala)의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경기 중 불안이나 긴장은 편도체에서 활성화되고, 이는 판단력과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기능을 억제합니다.
하지만 루틴을 반복하면 뇌가 ‘안정된 패턴’을 인식해 편도체 활동이 감소하고, 전전두엽의 통제력이 회복됩니다.
즉, 루틴은 뇌를 안정화시키는 ‘인지적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닻(Anchoring)’ 효과라고 부릅니다. 같은 동작, 같은 호흡, 같은 순서를 반복함으로써 ‘경기 시작 = 익숙한 환경’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냅니다.
이 인식은 경기 중 변수가 발생해도 루틴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중심으로 돌려놓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물론 모든 루틴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 선수는 루틴이 깨질 때 불안감을 과도하게 느끼는 ‘루틴 의존 증후군’을 겪기도 합니다.

 

선수들의 루틴은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활용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타자는 타석에서 1구를 상대할때마다 본인이 가진 루틴을 반드시 행해야 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루틴이 점점 길어져 투수의 집중력을 흩뜨려 트린 다는 상대팀의 항의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루틴에 의존하는 선수들도 많고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경기력에 지장을 주는 경우 또한 종종 일어납니다. 이러한 루틴은 단순히 미신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습니다.


현대 야구에서는 루틴을 무조건 고집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는 ‘적응형 루틴(Adaptive Routine)’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KBO 각 구단은 심리 트레이너를 통해 선수 개인의 루틴을 분석하고, 경기력 향상과 스트레스 관리의 균형을 맞추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